고향과 집 / Hometown and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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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with Claire in Namsan, Seoul 2017

올 여름, 인터넷을 고치는 기사님이 집에 오셔서 새로 설치한 기계를 설명 해야한다며 딸을 불러달라고 하셨다. 마침 오랜만에 한국에 한달 가까이 있을때라 충분히 내가 숙지해서 가르켜 드릴 수 있었는데 엄마께서저한테 가르쳐 주세요. 딸은 한국에 잘 없어요라고 하셨다. 내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혼자 해결해야 했던 일이 많았던 것처럼 엄마도 딸에게 의지 하고 싶으셨을 때 내가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죄송했다. 하루 하루 잘 버텨내다가도 부모님의 30주년 결혼기념일을 직접 축하해 드리지 못할 때, 조카의 돌에 고모가 빠질 때, 언니가 몸이 피곤할 때 힘이 될수 없고, 오빠와 미주알 고주알 수다를 떨지 못할때 가슴이 먹먹해온다. 외국에서 산 기간이 한국에서 큰 기간보다 길어졌는데도 가족이 있는 곳이 고향인가 보다.

2004년 여름 밴쿠버에서 유학을 시작했는데 방학 때만 갈 수 있고, 놀고 쉬러 가는 한국은 나를 들뜨게 했다. 한국에서는 돌아다니느라고 바빠서 못 보는 드라마도 금요일이면 한국 비디오가게에서 빌려 봤고, 서울이면 귀가 독촉으로 느껴지는 부모님과의 통화도 목 빼고 기다리게 했다. 그리웠던 친구들에게 편지라도 오면 눈물을 글썽였고, 수영장에 입장 벨소리가 한국 핸드폰 문자 알림 소리라서 한참을 서서 감상에 젖은 적도 있다. 인천행 비행기를 끊은 뒤에는 노트 가득 볼 친구, 먹어야 할 음식, 사야 할 물건을 빽빽이 적고 갔고, 다시 돌아오면 25키로 캐리어 두개 가득 반찬과 문구용품을 챙겨왔는데도 그렇게 허전했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선택적 향수병’을 가지고 십여년간 외국생활을 한 내가 안쓰러웠는데 감정이 메마른 지금 돌아보면 소풍가기 전날처럼 무언가에 대해 조건 없이 설렌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외국 생활도 어연 14년차, 한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은 조금 시들해졌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느끼는 것 만큼 한국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됬다. 입시, 취직, 사회생활 등 또래 친구들이 겪는 일상을 티비로 배우고 있어서 서울을 오랜만에 갈때는 카페 옆에서 타블로가 노트를 끄적이고 있고, 감기가 들어 동네 병원에 가면 송혜교가 진료를 볼 것 같다. 최근 들어서야 Ridibooks를 통해서 한국책을 읽게 됬는데 띄어쓰기와 맞춤법도 헷갈려서 글을 쓰려면 네이버로 몇 번을 확인해야 하고, 그래도 틀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고 기어이 미국으로 돌아와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은 한국이 마냥 좋았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는 것을 안다.

이것 저것 재봤을때 미국에서 일하고 사는 것이 만족스러워서 정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하코네로 온천하러 가는 것보다 한국을 가는 비행기 안이 더 설레고, 인천공항의 출입국 관리소를 지나 짐찾으러 내려가는 에스켈레이터 맞은 편에 있는 분수가 꿈에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14년차 ‘선택적 향수병’이 고향이 되버린 서울을 집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내 일과 삶에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도록 열심히 살아야 겠다.

 

An internet technician came by my parents’ place in Seoul this summer and asked me to come and learn how to operate the new router he had just installed. It was a fairly new model, and he wanted me to learn it so that I can help troubleshoot if we have problems with internet again. My mom interrupted and told him to teach her instead as I’m not around anyway. Having left home to study abroad when I was 13, I had assumed that I was the one who had to learn to take care of myself; I learned this summer that my parents probably had to do the same and will feel increasingly more so as years go by.

I left Seoul in the summer of 2004 to study abroad in Vancouver. What was supposed to be a short few years in Canada to learn English turned into a 14 year long journey of living in Canada, China, Japan, France, Singapore and the United States. Some seasons were tougher than others, but it’s a blessing to have lived life as a nomad in my teens and twenties – I don’t know who I’d be now had I not met the people that shaped me and lived in the places that guided me to where I am today. As an added bonus, I’ve dreamt of living in San Francisco and working at a company since my junior year of college, and my commute each morning reminds me that there’s no city I’d rather be.

But despite all this, I cannot hide my disappointment when I cannot celebrate my parents’ 30th wedding anniversary in person. I’m thrilled to see my niece and nephew grow up, but I’m scared that I might become an aunt who is never around. I’ve outgrown crying in the bathroom of my middle school in Vancouver missing my friends but I will not trade a flight bound for Seoul for the best ryokan in Hakone because Seoul is more than a well-earned vacation spot for me. My home is where my two 25kg suitcases are and that’s San Francisco for now. But I’ll happily work towards a future that involves me splitting time between San Francisco and Seoul more fairly and hey, Hakone is on the way 😉

3 thoughts on “고향과 집 / Hometown and Home”

  1. 안녕하세요, Google 에서 mindfulness 검색하다가 수민님 글을 처음 읽게 되었는데요. 사실 comment는 잘 안남기는 편인데 올려주신 post 글들이 너무 좋아 이렇게 남겨요. 한 Posting 글 읽자마자 바로 Bookmark 등록했네요. 국문 글은 말할 것도 없고, 영문 글 또한 너무 좋아 정말 잘 읽었어요. 특히, 영문 으로 쓰신 글에서는 제가 writing 공부를 해도 될만큼 너무 좋은 문장 표현이 많은거 같아 잘 배우고 있습니다. 바쁘시지만 글 종종 올려주세요. 또 글 읽으러 오겠습니다 ^^ 해외기업에서 면접 보신 내용, 한국을 그리워하는 글등이 전 너무 좋았네요. 저도 약10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한국에 정착하여 회사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이제는 거꾸로 저의 학창시절을 보냈던 중국과 호주 나라를 엄청 그리워하고있거든요. 덕분에 향수냄새 킁킁..해외기업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종종 woking experience 관련한 글도 올려주세요.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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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inny님! 따듯한 댓글 넘 감사합니다. 최근에 퍼블리와 디지털 리포트를 쓰느라 블로그 글쓰기를 미뤄놨는데 다시 글을 쓰고 싶은 계기가 됐어요! 공감을 할 수 있다는게 글쓰기에 가장 큰 매력 인 것 같아요. 선물 같은 댓글 참 감사해요. 중국과 호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셨다니 공통분모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중국과 캐나다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거든요 🙂 해외 기업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제가 퍼블리와 ‘경영학도로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회사 경험을 썼는데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publy.co/set/225 Jinny님도 혹시 블로그 하시면 알려주세요~ 놀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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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수민님. ^^ 저 오랜만에 또 들렀습니다, 잘지내셨나요? 안그래도 방금 링크로 알려주신 퍼블리 “프롤로그: 지금 여기, 실리콘밸리에서” 글 읽고 왔네요.. 정말 감탄^^ 너무 멋지세요..!!! 글을 더 읽고 싶어 지게 된다는….ㅎㅎ 정말 최고에요! 조만간 또 글 읽으러 올게요, 항상 건강 챙기셔요! (저는 따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않아서 공유드릴 링크가 없어요,,나중에 생기면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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